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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글루텐 프리 식단을 시작했을 때, 마트 진열대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빵과 면, 소스까지 익숙한 것들이 순식간에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되어버리니 눈앞이 막막해졌다. 그때 옆에 있던 가족이 “다른 길도 있을 거야”라고 말해준 한마디가 이상하게 크게 다가왔다. 그 말 덕분에 나는 셀리악이라는 진단을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후 일상은 조금씩 달라졌다. 외식할 때는 자연스럽게 성분표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고, 집에서는 밀가루 대신 쌀가루나 병아리콩 가루를 활용하는 새로운 요리에 도전하게 됐다. 사실 실패도 많았다. 반죽이 부서져서 모양조차 안 나오는 빵을 오븐에서 꺼내며 속상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가족과 함께 웃고, 다시 레시피를 바꿔보며 나름의 노하우가 쌓여갔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혼자가 아니다’라는 깨달음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다른 환자들의 경험담을 들으며, 내가 겪는 시행착오가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누군가는 학교 급식에서, 또 다른 누군가는 여행지에서 겪은 어려움을 솔직히 나누었고, 그 속에서 나 역시 많은 위로와 해결책을 얻었다. 정보는 책이나 의학 자료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실제 환자와 가족들이 겪은 이야기는 훨씬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셀리악은 단순히 식단의 제한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다시 짜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불편함은 분명 있지만, 동시에 건강을 지키는 힘이 되기도 한다. 작은 습관 변화가 몸을 편안하게 만들고, 마음의 여유를 되찾아준다. 나는 그 경험을 이어가며,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이 조금 덜 힘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되었다.

앞으로도 일상에서 얻은 작은 발견, 실패 속에서 찾은 대안, 그리고 환자와 가족들이 서로에게 전해준 지혜들을 기록하려 한다. 셀리악이라는 이름이 부담이 아닌 연대의 신호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새로운 레시피와 생활 방식을 탐색해 나간다.

— 소민아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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